근무 태도는 묻지 않을게. 일만 잘 하렴.
한국에서의 휴가는 사실 업무의 연속이었다.
툭하면 상사나 다른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이메일을 확인해야 한다. 회사에 급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는 모양.
미국에도 급한 일은 당연히 있다.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 우리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직급으로, 이사급으로 보면 된다)와 회의를 하는데 매니징 디렉터가 휴가간 직원을 찾았다. 한국이었으면 일촉즉발의 상황.
휴가 갔다고? 그럼 이 내용은 다음 번에 얘기합시다.
물론 매니징 디렉터와 회의가 있으면 휴가를 뒤로 미루는 등 미국에서도 기본은 지킨다.
그러나 굳이 휴가간 사람에게 전화를 하면서까지 업무를 진행시키지는 않는다는 것. 업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휴가와 같은 권리를 철저하게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집에서 일을하게 해준다거나, 늦게 오거나 일찍 퇴근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유로웠다. 회사 규정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복장도 자유. 수염을 기르거나 머리를 염색하거나 아무도 재제하지 않는다. 온 몸에 문신이 가득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문신 = 채용 결격사유에 가까울 정도로 보수적인 한국에 비하면 정말 다른 세상이었다.
그러나 자유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
근무태도와는 별개로 근무평가는 엄격하게 진행한다.
연초에 매니저와 함께 직접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목표 대비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시킨일만 잘하면 절대 B 이상의 고과를 받을 수 없다. A 이상을 받으려면 시키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서, 그것도 잘 해야한다.
미국의 인사 시스템은 이런 느낌이다.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자율성을 존중하는 대신 책임을 강조한다.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키지 않은 일을 하는 것도 자유, 시킨 일만 하면서 여유있게 사는 것도 자유. 이것도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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