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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기/미국 생활

나의 미국회사 적응기 (1)

by 런던아빠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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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 올렸던 글을 각색하여 옮긴 것입니다.)

 

교환학생 3개월과 베낭여행 1달이 미국 생활의 전부였던 런던아빠.

 

지금이야 해외에서 산 구력이 8년이 다되어가고 일할 때는 한국말보다 영어가 편할 때가 많지만,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에서 말만 외국회사에 다니다 미국에 가서 적응하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바로 시작해보자.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플로리다.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는 별명에 걸맞게 맑은 공기와 뜨거운 태양, 아무데나 심어져있는 야자수가 나를 반겼다.

 

플로리다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고집은 세지만 정 많은, 부자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랄까ㅎㅎ

 

플로리다의 흔한 풍경

 

첫 한달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와이프가 보내온 거대한 소포꾸러미를 아파트 사무실 직원들과 끙끙대며 옮겼다. 근처 도시에서 박사과정을 하고있는 친구들도 만났다. 첫 한달은 적응기간이라 별다른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은 여유.

 

집에서 15분만 차를 타고 나가면 끝없는 백사장이 펼쳐져있다.

 

새로운 직원이 왔다고 간단하게 해피 아워(Happy Hour)라고 불리는, 이른바 회식을 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직원들이 분주하게 지갑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가 먹은 것을 직접 계산한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여기가 진짜 미국 맞구나.

 

원래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특별 할인을 하는 시간대를 의미한다.

 


 

자동차 딜러와 대판 싸우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자동차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가장 먼저 차를 사야했다. 검색신공을 발휘한 결과, 자동차 딜러끼리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흔한 자동차 딜러. 수백 대의 차를 진열해놓고 판다.

 

먼저 최종 가격(Out-the-door cost: 세금 등 포함한 총 비용)을 기준으로 A와 협상한다. 천만원을 부르면 B에게 가서 "A가 천만원 불렀는데 얼마에 해줄래?"라고 경쟁을 시킨다. B가 950만원을 부르면 이번엔 C에게 가서 다시 경쟁을 시킨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가격이 될 때 까지 무한반복.

 

나 라는 손님을 두고 역경매를 유도한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만족스러운 가격에 딜을 했다. 시승을 해보고, 대출 조건을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대출담당 직원이 건네준 서류에 싸인을 하려던 순간, 문득 이상한 숫자 하나가 날카롭게 벼려진 은행원의 눈을 스치고 지나간다.

 

잠깐, 뭔가 쎄한데?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분명 연이자 7%라고 얘기를 했는데 대충 계산해본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았던 것이다.

 

의문을 제기하자 직원이 눈을 굴리며 변명을 시작한다. 변명인즉슨,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없기 때문에, 추가로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것. 너무 당당하게 나오길래 오히려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간파할 수 있었다.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따지는 나와 변명하는 직원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다.

 

아드레날린이 올라오자 온갖 영어 단어가 다 튀어나왔다. 결국 직원이 내 동의 없이 추가 보증기간과 몇 가지 서비스를 추가한 것을 알아내게 되었다. 직원은 끝까지 시치미를 뗐고, 차키까지 넘겨받은 상황에서 나는 차를 사지 않겠노라 선언했다.

 

가끔은 No라고 말해야할 때가 있다.

 

이미 직원의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밤 12시. 직원은 당황해하며 그제서야 저자세로 나오기 시작한다. 결국 차가 정말 마음에 들었기에 조금 더 디스카운트를 받고 현금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따르면 서양문화는 죄의식에, 동양문화는 수치심에 기반한다. 즉 서양인은 잘못이 없다 생각하면 당당하고, 동양인은 잘못이 없어도 사람들의 비난에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동양에만 있는 말이다.

 

즉, 직원 본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면서도 회사에 좋은 일을 하고 있으므로 떳떳했던 것이다. 결국 사과의 한 마디조차 듣지 못했다. 새 차를 몰고 나가면서도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앞으로의 미국 생활은 웬지 파란만장할 것 같은 불안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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