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욘 포세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19.07.26
인생에 대한 덤덤하고 쓸쓸한 르포
저마다 다른 인생의 모습이 있듯, 인생은 저마다 다른 비유로 표현된다. 어떤 이는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어떤 이는 그림으로, 그리고 흔히들 인생을 일상의 하루에 비유하기도 한다. 작가도 다르지 않았다. 인생을 하루에 비유하는 건 클리셰에 가깝지만, 특유의 무미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인생을 그려낸다.
짧은 분량의 작품은 구성에서부터 충격을 안겨준다. “아침”에는 주인공 요한네스의 탄생을 그리더니, 바로 다음 장에서 요한네스는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어있다.
모든 인생의 굴곡들, 행복과 불행, 위기와 극복과 같은 "점심“은 그냥 생략해 버린다. 기승전결로 따지면 기 다음에 결이 오는 식이다. 인생은 결국 탄생과 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까?
노벨문학상의 문법
작품 전반적인 어조는 덤덤하다.
그러나 특정 부분에서는 일부러 문법 파괴와 맥락 없는 과도한 메시지 폭탄을 던지면서, 작가가 영리하게 노벨문학상의 문법을 따른 게 아닌가 의심이 갔다.
다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를 빼다 박은 문법 파괴는 노골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시종일관 달관한 태도의 화법, 일부러 피해 가는 긴장감과 재미, 상징의 과용,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한 빈곤한 상상력은, 노벨문학상의 공식을 따른 것처럼 느껴져 안타까웠다.
항구 마을의 쓸쓸함
그러다 보니 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운 책이기도 했다.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소설의 한 가지 목적이라 한다면 그 점에서는 0점을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노르웨이 항구 마을의 쓸쓸함이 제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요한네스가 거리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를 만나고, 그 거리 위에서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아주 추운 겨울의, 사람들도 돌아다니지 않는 그런 거리의 풍경이 연상되었다. 그 쓸쓸함이야말로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아니었을까.
인생에 대한 한가지 관점
책은 쓸쓸함이라는 인생에 대한 한 가지 관점을 보여준다.
점심이라는 어찌 보면 하루의 모든 일과가 벌어지는 중요한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허무함을 나타낸다. 점심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책에 담을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
오늘 하루를 살아가라는 “카르페 디엠”의 그야말로 정반대의 메시지라 할 수 있겠다. 카르페 디엠이 인생의 의미는 점심에 있다고 말한다면, 저자는 인생은 단지 태어나고 죽는 것에 불과하다 말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한 입장에서 솔직히 공감되지 않았다. 노르웨이 항구 마을의
쓸쓸함마저 없었다면 아마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의미 없는 책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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