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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각/서평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by 런던아빠 2024.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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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가 욘 포세에게 주어졌다. “입센의 재래” “21세기의 사뮈엘 베케트”라 불리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활동하는 극작가 중 한 명으로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희곡 외에도 소설, 시, 에세이, 그림책,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방대한 작품을 써왔고 세계 40여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군더더기를 극도로 제한하는 미니멀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 사이에서 표현되는 반복화법, 마침표를 배제하고 리듬감을 강조하는 특유의 시적이고 음악적인 문체를 통해 평범한 일상이나 인간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문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예리하고 밀도 있게 그려낸다. 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벅차고 다소 겁이 난다. 이 상은 무엇보다도 다른 이유 없이 문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_욘 포세(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직후 노르웨이 출판사 Samlaget와의 인터뷰에서) “전화가 왔을 때, 놀라기도 했고 동시에 놀라지 않기도 했다. 그 전화를 받은 건 큰 기쁨이었다. 지난 십 년 동안 (노벨문학상) 논의의 대상이 되며, 나는 다소간 조심스럽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을 준비해왔다.” _욘 포세(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와의 인터뷰) 욘 포세는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다.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발표 이후 현재까지 수십 편의 희곡을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렸고,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서 언어가 아닌 언어 사이, 그 침묵과 공백의 공간을 파고드는 실험적 형식으로 ‘21세기 베케트’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00년 장편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을 출간하고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노르웨이어를 빛낸 가치 있는 작품’에 주어지는 멜솜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희곡보다 소설 쓰기에 더욱 집중할 것을 선언하고, 2014년 유럽 내 난민의 실상을 통해 인간의 가식과 이중적 면모를 비판한 연작소설 『3부작』(『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 2022년 장편소설 『7부작』(『I-II 다른 이름』 『III IV V 나는 또다른 사람』 『VI VII 새로운 이름』) 등을 발표했다. 1992년, 2003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노르웨이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작품에 주어지는 뉘노르스크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9년 스웨덴 한림원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소설에 수여하는 도블로우그상, 2003년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2005년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상 명예상, 2007년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2010년 국제 입센상,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3년 프랑스 공로 훈장에 이어 2005년 노르웨이 국왕이 내리는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살아 있는 100인의 천재’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포세의 작품은 당신의 가장 깊은 감정과 불안, 불안정성, 삶에 대한 고민, 죽음에 접근한다. 포세는 언어적으로, 지형적으로 강한 지역성을 모더니즘적 예술 기법과 결합해낸다. 그가 쓴 모든 것은 보편적인 의미를 지닌다. 희곡, 시, 산문을 막론하고 그의 작품에는 휴머니즘에 대한 호소가 담겨 있다. _안데르스 올손(한림원 위원장)
저자
욘 포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9.07.26


인생에 대한 덤덤하고 쓸쓸한 르포


저마다 다른 인생의 모습이 있듯, 인생은 저마다 다른 비유로 표현된다. 어떤 이는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어떤 이는 그림으로, 그리고 흔히들 인생을 일상의 하루에 비유하기도 한다. 작가도 다르지 않았다. 인생을 하루에 비유하는 건 클리셰에 가깝지만, 특유의 무미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인생을 그려낸다.

짧은 분량의 작품은 구성에서부터 충격을 안겨준다. “아침”에는 주인공 요한네스의 탄생을 그리더니, 바로 다음 장에서 요한네스는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어있다.

모든 인생의 굴곡들, 행복과 불행, 위기와 극복과 같은 "점심“은 그냥 생략해 버린다. 기승전결로 따지면 기 다음에 결이 오는 식이다. 인생은 결국 탄생과 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까?

노벨문학상의 문법


작품 전반적인 어조는 덤덤하다.

그러나 특정 부분에서는 일부러 문법 파괴와 맥락 없는 과도한 메시지 폭탄을 던지면서, 작가가 영리하게 노벨문학상의 문법을 따른 게 아닌가 의심이 갔다.

다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를 빼다 박은 문법 파괴는 노골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시종일관 달관한 태도의 화법, 일부러 피해 가는 긴장감과 재미, 상징의 과용,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한 빈곤한 상상력은, 노벨문학상의 공식을 따른 것처럼 느껴져 안타까웠다.

항구 마을의 쓸쓸함


그러다 보니 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운 책이기도 했다.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소설의 한 가지 목적이라 한다면 그 점에서는 0점을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노르웨이 항구 마을의 쓸쓸함이 제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요한네스가 거리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를 만나고, 그 거리 위에서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아주 추운 겨울의, 사람들도 돌아다니지 않는 그런 거리의 풍경이 연상되었다. 그 쓸쓸함이야말로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아니었을까.

인생에 대한 한가지 관점


책은 쓸쓸함이라는 인생에 대한 한 가지 관점을 보여준다.

점심이라는 어찌 보면 하루의 모든 일과가 벌어지는 중요한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허무함을 나타낸다. 점심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책에 담을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

오늘 하루를 살아가라는 “카르페 디엠”의 그야말로 정반대의 메시지라 할 수 있겠다. 카르페 디엠이 인생의 의미는 점심에 있다고 말한다면, 저자는 인생은 단지 태어나고 죽는 것에 불과하다 말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한 입장에서 솔직히 공감되지 않았다. 노르웨이 항구 마을의
쓸쓸함마저 없었다면 아마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의미 없는 책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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