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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미국 서부여행 (1) -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국립공원

by 런던아빠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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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브런치에 포스팅했던 여행기를 옮긴 것입니다)


8박 9일 동안의 지옥의 로드트립


사람은 꿈을 쫓는다. 그런 인간에게 위대한 자연은 단지 넘어야 할 산에 불과했다. 인간의 오만함은 꿈의 상징인 '황금'을 쫓던 서부개척시대에 절정에 이르렀다. 우리는 황금이 아니라 꿈을 쫓던 인간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 서부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거든 머리에 꽃을 두르세요

If you are going to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에 가거든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머리에 꽃을 두르세요

If you are going to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에 가거든

You a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거예요.

 
익숙한 노래 속 가사를 따라 우리의 여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다. 일곱 개 언덕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언덕진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만도 즐거웠다. 바로 이 곳에서, 도시 간 이동 시간만 36시간에 달하는 우리의 지옥의 로드트립이 시작된 것이다.

도시간 이동 시간만 무려 1일 12시간

 

한 때 히피들의 본거지였던 도시는 자유롭고 여유로웠다. 자유를 갈망하고 평화를 추구했던 그들의 정신이 실리콘 밸리로 이어져 세계의 IT산업을 이끌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과 투기 광풍으로도 이어졌으니, 반전운동과 마약이 동시에 공존했던 히피 정신의 앞면과 뒷면이 현재에도 이어져오는 듯했다.

(2024년 현재는 치안이 무척 안좋아졌다고 한다. 여행에 반드시 주의하시길...)

IT 전사(?)를 계속 쏟아내는 스탠퍼드 대학 또한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다.



앞으로의 고생을 예고하는 것일까. 여행의 시작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감옥인 '알카트라즈'였다. 여행 내내 차 안에 갇혀있던 시간을 일행은 '감옥'처럼 생각했을지 모른다.

감옥으로 가는 페리가 보인다.
별명인 '더 락(The Rock: 바위)'처럼 멀리서 보면 그저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바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옥에서의 생활은 끔찍하고 끔찍하게 지루했을 것이다.
감옥 건너편에는 샌프란시스코 요트 클럽이 있어 그곳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음악소라에 수감자들이 고통을 받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지 않는가. 첫날부터 고생스러웠지만 39번 부두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식당은 너무 만족스러웠다. 이런 뜻밖의 즐거움이 있어 자유여행을 하는 것 아닐까.

가장 유명한 39번 부두. 주차비도 살인적인 39달러.
한 눈에 봐도 뭘 파는지 알 수 있는 식당.
우연히 들른 식당이지만 맛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는 건 여행을 떠나 내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지 오래.


근교인 나파밸리로 나가 여유 있게 와인도 한 잔 해본다. 와인 문외한인 우리에게 오크 향이 나니 흙 향이 나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지만 우리도 알 것은 알았다. 술은 마시면 취하고, 분위기도 좋으면 취한다는 것ㅎㅎㅎ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전경은 수도원을 연상시킨다.
야외 테이블에서의 여유있는 한 때.
포도 밭에서 포도가 익어가는 동안 분위기도 익어간다.
끝도 없이 펼쳐진 포도밭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족해졌다.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다시 취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여정은 알큰한 취기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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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힐링 한 숟갈


힐링이 필요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는 것도 좋지만, 속이 뻥하고 뚫리는 사이다 같은, 청량한 힐링이 필요했다. 그래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갔다. 아니, 돌아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터널뷰'에서의 풍경


처음 요세미티를 간 것은 벌써 10년도 더 전이다. 10년 전의 어리숙했던 학생은 어디 가고, 피로에 쩔은 배 나온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반면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얄밉게도 10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면사포처럼 물이 흩어지며 떨어지는 면사포 폭포


힐링할 때는 제대로 해야 한다. 차를 타고 가다가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그대로 멈추고 풍경을 즐겼다. 호수에 괜히 자갈로 물수제비도 떠보고. 내가 힐링한다고 호수 속 물고기들의 평화를 헤쳤으니 이기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데나 차를 대고 쉴 수 있는 것이 자유여행의 매력
그러다 멋진 사진을 얻기도 한다


숙소는 요세미티 근처의 오두막집. 나무로 지은 오두막집은 사랑스러웠고, 밤에는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2층짜리 나무집을 통째로 빌렸다.
아늑한 침실. 침실이 무려 다섯 개나 있었다.

시간이 더 많았으면 레포츠도 즐기고 캠프파이어나 바베큐도 즐겼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어쨌든 대자연에서 힐링을 했으니 이제는 인간 문명으로 돌아갈 시간. 엘에이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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